자동화 프로젝트의 성패는 착수 전에 절반쯤 정해져 있다. 준비된 조직은 같은 예산으로 세 배를 얻고, 준비 안 된 조직은 좋은 파트너를 만나도 파일럿에서 멈춘다. 문제는 준비됐는지 판단할 기준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가 진단 워크숍에서 실제로 확인하는 항목 중, 계약 없이도 스스로 점검할 수 있는 7가지를 공개한다.
1. 반복 업무를 세 개 이상 즉시 댈 수 있는가
경영진에게 "자동화하고 싶은 업무가 뭔가요"라고 물었을 때 3초 안에 구체적인 업무명이 나오는 회사와 "그건 컨설팅에서 찾아주는 것 아닌가요"라고 되묻는 회사가 있다. 전자는 준비가 됐다. 후자도 문제는 없다. 다만 첫 단계가 구축이 아니라 발굴이라는 점을 알고 시작해야 예산 계획이 어긋나지 않는다.
2. 그 업무의 판단 기준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자동화는 판단 기준의 이식이다. 견적 자동화를 하려면 견적을 어떻게 내는지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건 해봐야 안다"는 답만 돌아온다면, 자동화 전에 기준을 언어로 꺼내는 작업이 먼저다. 이 작업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고, 생각보다 가치 있다.
3. 데이터가 어디 있는지 아는가
품질을 묻는 게 아니다. 위치를 묻는다. 고객 응대 이력이 어디 쌓이는지, 원가 자료의 최신본이 어느 폴더인지 즉답할 수 있는가. 위치조차 파악이 안 된다면 많이 흩어져 있는 상태고 데이터 모으기부터 일정에 넣어야 한다.
4. 실무자 중에 시간을 낼 사람이 있는가
자동화 프로젝트에서 외부 팀이 대체할 수 없는 역할이 하나 있다. 우리 회사 업무를 아는 사람의 검수다. 실무자가 주당 두세 시간도 낼 수 없는 상황이라면, 무엇을 만들어도 현장과 어긋난다. 바쁜 팀일수록 자동화가 절실하지만 역설적으로 최소한의 시간 확보 없이는 시작할 수 없다.
5. 작게 시작할 용기가 있는가
전 부서 동시 도입을 원하는 회사가 있다.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것은 준비가 아니라 조급함이다. 업무 하나가 끝까지 자동화되어 돌아가는 경험이 조직에 생기면, 두 번째부터는 속도가 붙는다. 첫 술에 전사를 노리는 계획은 대부분 첫 술에서 끝난다.

6. 성과를 무엇으로 측정할지 정할 수 있는가
절감 시간이든 처리 건수든 오류율이든, 숫자 하나는 착수 전에 합의되어야 한다. 측정 기준 없이 시작한 프로젝트는 끝나고 나서 성공인지 실패인지조차 판정할 수 없고, 판정할 수 없는 프로젝트는 다음 예산을 받지 못한다.
7. 운영할 사람을 정해뒀는가
자동화는 만드는 것보다 굴리는 게 어렵다. 예외가 터졌을 때 일차로 확인할 담당자, 분기마다 개선 여부를 판단할 책임자. 이름 두 개가 나오지 않으면 그 자동화는 언젠가 조용히 멈춘 채 방치된다. 외부 운영 파트너십을 쓰더라도 내부 창구 한 명은 반드시 필요하다.
몇 개나 해당하는가
일곱 개 중 다섯 개 이상 "그렇다"면 바로 파일럿을 시작해도 되는 상태다. 세 개에서 네 개라면 부족한 항목을 채우는 일부터가 프로젝트의 1단계다. 두 개 이하라면 지금 필요한 것은 구축 계약이 아니라 진단이다. 어느 쪽이든, 자기 위치를 알고 시작하는 회사는 헛돈을 쓰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