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에서 뭘 자동화하면 좋을까요?" 컨설팅 첫 미팅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질문에 바로 답하지 않는다. 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업무를 자동화할지는 기술이 정하는 게 아니라 데이터가 정한다. 그 데이터가 바로 반복 업무 인벤토리다.
인벤토리가 뭔가
반복 업무 인벤토리는 회사 안의 반복 업무를 한 장에 모은 지도다. 형식은 스프레드시트 하나면 충분하다. 열은 다섯 개다.
업무명, 담당자, 주기, 1회 소요 시간, 자동화 난이도.
이 다섯 열이 채워지면 지금까지 감으로만 이야기하던 것들이 숫자로 보이기 시작한다. "김 대리가 보고서 만드느라 바쁘다"가 "주간보고 취합에 매주 4시간, 연간 200시간"으로 바뀐다. 우선순위 논쟁이 사라지는 순간이다.
만들 때는 설문보다 관찰
인벤토리를 만들 때 가장 흔한 실수는 설문으로 걷는 것이다. "반복 업무를 적어주세요"라고 물으면 사람들은 자기 업무의 절반을 빼먹는다. 게을러서가 아니다. 너무 익숙해진 반복은 본인에게 업무로 인식조차 되지 않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30분씩 하는 메일 정리를 업무라고 적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우리는 관찰을 섞는다. 방법은 소박하다. 실무자 옆에 앉아 반나절 동안 무엇을 하는지 지켜보고 화면에 뜨는 프로그램과 반복되는 동작을 기록한다. 설문에서 안 나온 반복의 절반이 여기서 나온다.
기간은 부서당 이틀이면 충분하다. 전사를 다 돌 필요도 없다. 반복이 많아 보이는 두세 부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우선순위 공식: 시간 x 빈도, 나누기 난이도
인벤토리가 채워지면 무엇부터 자동화할지가 거의 자동으로 정해진다. 우리가 쓰는 기준은 단순하다.
절감 기대치는 1회 소요 시간에 연간 횟수를 곱한 값이다. 여기에 자동화 난이도로 나눈다. 난이도는 상중하 3단계면 충분한데, 판단 기준은 하나다. 예외가 얼마나 많은가. 매번 조건이 다른 업무는 난이도 상, 열에 아홉은 같은 패턴이면 하.
이 계산을 하고 나면 재미있는 일이 벌어진다. 경영진이 지목했던 화려한 후보 대신,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수수한 업무가 1위로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 월말 정산 취합, 발주서 전기, 미팅 기록 정리 같은 것들. 자동화의 승부는 화려함이 아니라 총량에서 난다.
인벤토리는 만들고 끝이 아니다
인벤토리의 진짜 가치는 갱신에서 나온다. 첫 자동화가 돌기 시작하면 절감된 시간이 실측되고 그 숫자가 다음 후보의 설득 자료가 된다. 분기에 한 번 인벤토리를 갱신하는 회사와 한 번 만들고 서랍에 넣는 회사는 1년 뒤 자동화 개수가 다르다.
우리 진단 워크숍의 산출물이 바로 이 인벤토리다. 하루 이틀의 워크숍으로 지도를 만들고 무엇부터 손댈지 합의한 상태로 끝난다. 실행은 그다음 문제고 내부에서 해도 되고 우리와 해도 된다.
